인공지능과 미디어
인공지능 또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 그 외에 인공적으로 구현한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이며, 하나의 인프라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이 용어는 그와 같은 지능을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를 지칭하기도 하며, 다수의 미디어 중심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의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이후 1968년 SF 영화로 제작되었고, 두 작품 모두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SF 장르를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인간으로 대표되는 승무원들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HAL 9000의 대립은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유명한 소재이자 주제이다. 이후 이 작품은 후대의 창작물들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재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미디어에서 표현한 인공지능은 과학 기술에 대한 인간의 기대를 담고 있으면서도,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과 대립하거나, 혹은 인간이 가진 의지를 시험하는 존재로 드러나고는 한다.
The most terrifying fact about the universe is not that it is hostile but that it is indifferent, but if we can come to terms with this indifference, then our existence as a species can have genuine meaning. However vast the darkness, we must supply our own light.
우주에 대한 가장 무서운 사실은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무관심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이 무관심을 받아들인다면,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의 존재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광대한 어둠이라도 우리만의 빛을 공급해야 합니다.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그렇다면 미디어아트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작가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오늘은 인공지능과 미디어아트에 대해 서술하고자 하며, 두 작가를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마리오 클링게만 (Mario Klingemann)
마리오 클링게만은 신경망과 코드 및 알고리즘과 관련된 예술 작품으로 유명한 독일의 예술가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양한 기술들을 통해 창의성, 문화, 인식을 고찰하고 있으며 뉴욕 현대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다양한 곳에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예술가이자 회의론자이기도 하다. 작가는 1980년대 초반에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그 이후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창의적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의 공통적인 분모를 설명해보자면, 어떤 시스템의 내부 작업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전복시키기도 하는 것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기계 예술가가 인간보다 ‘더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했다. 그의 의견으로는 이것은 미학과 아름다움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움과 미학이 흥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자체가 매우 지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그는 회의론자이기도 하지만, 기술과 인공지능이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기술은 전통의 천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역사에서 이것을 살펴본다면 파괴자보다는 촉매제 역할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 기술의 발달이 그림을 죽이지 않았고, TV 매체가 책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손이나 인간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품은 기계가 온전히 복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작가의 작품 Memories of Passersby I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선구적인 작품으로서, 완전히 자율적이고 복잡한 신경망 시스템을 사용해 끝없이 변화하는 인물 사진을 만들어낸다. 기계에 의해 생성된 남성과 여성의 얼굴의 불안한 시각은 기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의 생성 예술 설치미술과는 달리 이 작품에는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가 개발하고 훈련한 인공지능 두뇌로 실시간 픽셀 단위로 새로운 초상화를 생성한다. 그래서 이미지는 기존 이미지의 무작위 출력이 아닌 고유한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그림이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수천 장의 초상화를 통해 훈련된 인공지능과 Tinder와 같은 선택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작가의 미적 선호도를 학습시켰다. 그렇게 구성요소의 ‘기억’을 통해 인공지능은 새로운 초상화를 생성한다.
그 결과, 작품은 인간의 얼굴에 대한 기묘한 해석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초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추상적인 배열로 녹아드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기록되거나 반복되지 않는 독특한 형식의 초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수젠 청 (Sougwen Chung)
수젠 청은 중국 태생의 캐나다 출신 예술가로,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컴퓨터와 인간의 만남을 이해하기 위해 기계로 만든 마크 바이 핸드(mark-by-hand), 즉 기계의 손이 표현하는 것을 탐구한다.
그녀의 예술은 단순하면서도 극적인 형태를 통해 상상력에 도전하는 것을 주제로 한다. 작가의 예술은 움직임과 변화에 관해 설명하며, 진정으로 현대적인 환경에서도 자연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페라 가수였기에, 작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십 대 때 미국으로 이주하여 인디애나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스웨덴의 하이퍼 아일랜드(Hyper Island)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에서 사람과 기계에 대한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작가가 전하려는 작품의 주제이다. 기계의 자동화가 인간에게는 어떠한 역할을 남길 것인가? 사람과 기계의 경계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도달한 결론은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함께 공존하려면 협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가진 불완전함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며, 불완전함이 유발하는 실수가 예술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대화, 즉 수젠 청의 작품 세계에서는 디스토피아적, 유토피아적, 때로는 논란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도한 거부감을 느끼거나 기계에 대한 위협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인간의 능력으로 로봇과의 관계를 의인화하며, 자신과 타인의 상호작용에 대한 거울이 될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에 대한 관계에 의문을 제시하며 말한다. 누가 누구를 통제하는가? 이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맺는말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선사시대의 원숭이가 공중으로 던지는 뼈가 우주에서 순항하는 우주선으로 전환되는 짧은 장면이다. 인간의 본성, 즉 역사적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탁월한 묘사라고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이 인간이 가진 욕망은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과 합쳐질 때, 동시에 인간과 기계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고찰할 때, 우리는 낯설지만 새롭고, 흥미로운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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