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예술가들의 합주, 가상으로 이어진 공연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아마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도 언젠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John Lennon – imagine

팬데믹이 바꿔놓은 공연문화

그래서 오프라인 공연의 보조 용도로 이용되었던 온라인 공연이 언택트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러한 온라인 공연을 보조할 수 있는 XR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XR 기술이 더해진 공연은 기존 형식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각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 기반의 생활 및 업무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는 공연문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1984년 결성 이후 전 세계에서 공연하며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했던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코로나 19에 따른 수익 감소 문제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것이 그 반증이 될 수 있겠다.

XR을 활용한 공연은 몰입감을 더하고 기존의 공연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다. 오늘은 이 기술들을 이용한 네 가지 공연을 살펴보면서 관객과 예술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BTS: LOVE YOURSELF (2018)

2013년 데뷔해 국내외 신인상을 휩쓴 BTS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 보이 그룹으로,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BTS 열풍을 일으키며 21세기의 팝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2018년 콘서트에서는 라이브 콘서트 사상 처음으로 실시간 AR을 사용하여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을 사랑하라는 콘서트의 주제와 Trivia : Love 곡이 무대 연출과 잘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국의 공연기획사 플랜 에이(Plan A), 라이브 이벤트를 제작하는 프래그먼트나인 (FragmentNine)이 세 회사의 논의로 RM의 노래인 Trivia:Love에 AR 기술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이후 온라인 콘서트 Map of the Soul ON:E (2020)에도 증강현실을 사용한 무대와 특수효과를 사용하였다.

AR 기술을 미리 시연하고 테스트하는 모습 (출처: disguise.one)

허수아비 (2020)

2020년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된 허수아비는 VR 디바이스로 체험하는 몰입형 연극으로, 관객과 배우가 1:1로 대응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VR 연극이다.

배우는 관객 앞에서 모션, 페이셜 캡처 프로그램을 사용해 관객의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동작과 표정을 연기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에서 콘텐츠진흥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VR 디바이스를 착용한 관객은 연극의 참여자가 되어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허수아비 역할을 맡은 배우가 관객의 반응에 맞춰 연기하며 함께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열 감지와 모션 캡처 등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실제 영화 속 인물이 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에 맞춰 기존의 대면 작품을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바꾼 허수아비 VRC는 2020년 제28회 레인댄스 영화제에서 스피리트 오브 레인댄스(Spirit of Raindance)상을 수상했다. 이는 최우수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실제 배우 역할인 허수아비와 힐러가 VRChat(VR을 이용한 아바타 채팅 프로그램)로 접속한 세계의 유저들과 함께 온라인 무대에 모여 힘을 합쳐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공연이다. 에메랄드 동산에서의 체험과 아름다운 별똥별 등 다양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SOMNAI (2019)

영국의 dotdot.london 공연장에서 관객이 VR 디바이스를 착용한 후 직접 체험하는 몰입형 공연 중 하나이며,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자각몽과 잠재의식을 탐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VR 디바이스를 착용한 관객의 행동과 선택은 오감과 가상의 이미지로 변해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관객은 공연에 입장하면 주제에 맞게 잠옷으로 갈아입으라는 요청을 받은 후 자각몽의 세계를 안내하는 드림 가이드와 만나게 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서 만들어진 일련의 꿈의 세계에서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및 가상 자극을 체험하게 된다. 그렇게 꿈속을 탐험하는 동안 관객은 여러 가지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체험이 끝나면 관객이 선택한 결정에 따라 재료가 변하는 축하 칵테일과 아침 식사 세트를 제공한다. UK Research and Innovation에서 지난 2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의 몰입형 제작물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우리 안의 코스모스 (COSMOS WITHIN US, 2019)

이 작품은 VR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을 사용한다. 몰입형 사운드와 최첨단 기술, 후각과 촉각의 조합을 통해 작품은 기억과 감각 사이의 연결을 탐구한다.

현실과 가상의 모호함은 알츠하이머라는 작품의 소재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들에게 희망과 공감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누구에게나 알츠하이머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관객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60세 노인의 마음에 동요하게 된다. 그들이 가상공간을 헤매고 있을 때, 알츠하이머의 기억은 가상 이미지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변한다.

하지만 그의 소중한 어린 시절은 이미 더럽혀진 것처럼 보인다. 망각 속에 잊고 있던, 그가 잊으려고 애쓰는 기억을 관객이 찾아가는 과정을 VR 체험을 통해 그리고 있다. 2019년 제27회 레인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이처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연극 문화에 적용되고 있는 XR 기술들은 관객이 가진 익숙함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연극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공연과 관객의 연결은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공연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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