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

지구를 밝히는 빛

인간은 예로부터 어둠과 싸워 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인간의 많은 활동들은 제한이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불의 발견부터 초, 오일램프, 가스램프를 거쳐서 전구가 발명되었고, 인간은 밤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 및 정복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공 조명의 발전은 새로운 공해의 발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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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해치는 빛, 빛 공해

빛 공해는 인공 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적절한 인공조명 사용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로등이 길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빛이 필요하지 않는 허공까지 산란되는 경우가 있다.

환경부의 ‘빛 공해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인천, 대구 등 전국 41개 지점에 대해 휘도(표면의 밝기)를 조사한 결과 41.5%인 17개 지점이 국제조명위원회 기준인 25 ㏅/㎡(칸델라)를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은 국제 기준의 2~5배 높은 수치인 50~130 ㏅/㎡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주거지역의 경우, 방범 목적으로 설치된 보안등과 공원조명, 아파트 경관 조명등으로 인해 62.5%가 기준치보다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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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해치는 빛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 조명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거 공간에서의 빛 공해는 인간의 잠을 방해했다. 꺼지지 않는 불빛은 생체리듬의 변화는 물론, 수면 장애, 불면증, 편두통 등을 유발했다. 어두울 때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인공 조명으로 인해서 밤이 낮과 같이 밝은 경우에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는 불면증, 정서 불안, 우울증, 당뇨병,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멜라토닌은 항암 효과도 있다”며 “밤에도 낮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교대 작업자들의 경우 멜라토닌 분비가 교란돼 암 발병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야간에 밝은 빛에 노출되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보다 유방암 발생 비율이 73%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빛공해 민원현황 <제공=서울시> (출처: 이미디어)

자연을 해치는 빛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인공 조명이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를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태양의 빛은 생태계에 있어서 시계이자 달력과 같은 존재이다. 인공 조명이 낮을 밤의 영역까지 끌고 오면서 동식물들이 이러한 자연의 신호를 방해하고 생태계의 리듬을 깨고 있다. 철새들은 하늘의 별빛을 통해 이동경로를 계산하는데, 도시에서 발산하는 불빛 때문에 길을 잃고 건물 등에 부딪혀 죽는 새가 미국에선 매년 1억~10억 마리가 된다고 한다.

2020년 10월 2일 필라델피아에서 수거된 새들의 사체 (출처: BBC)

빛은 물고기의 멜라토닌 생산을 억제해 생식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호초 또한 빛 공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연구도 존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 결과 산업단지, 골프장, 주유소, 가로등 등의 불빛으로 인해서 벼, 보리, 들깨 등 대부분의 작물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에서 밤에 발산하는 빛 (출처: NGF)

낭비되는 에너지

과다한 빛으로 불필요한 곳까지 빛을 비추는 것은 에너지 측면에서도 분명한 자원 낭비이다. 과도한 조명은 에너지 과소비 및 CO2 과다 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도시들이 기존의 저효율 방전등을 고효율의 LED조명으로 교체해 빛 공해 저감과 함께 에너지 효율성까지 올리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을 통해 빛 공해를 8.1% 감소시켰으며, 미국 아리조나주의 투산시는 2018년 가로등 LED 교체 사업을 통해 빛 배출량을 7% 감소 및 연간 에너지 요금 200만 달러 절약을 이루어 냈다.

애리조나주의 투산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을 밝기를 낮췄지만, 가로등 외에도 많은 것들이 빛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출처: BBC)

작은 행동, 큰 변화

이러한 빛 공해를 줄이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년 4월 22일이 되면 지구의 날을 기념해 소등행사가 열린다. 소등은 10분동안 진행되지만 국내 주요 지역의 건물이 동시에 소등할 시 4만 1,189kwh의 전력과 20.3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가능하다. 또한 전국 1,600만 가구가 단 5분만 소등을 한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2만 3,189kg 감소하고, 26만 6471khw의 전력소비 감축을 통해 약 1억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소등한 서울타워 (출처: 중앙일보)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지구의 날이 아니더라도 지구를 살리는데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021년 10월 13일부터 스타필드 하남에서 진행되는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은 스위치를 끄는 작은 행동들이 모아서 지구를 살리는 캠페인이다. 10명의 관람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힘을 합치면 미디어타워의 불이 꺼지며 자연이 재생되고 지구가 살아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개인들의 작은 행동이 모여서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고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인간은 어둠을 밝혔고 동시에 하늘의 불은 꺼졌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그 어둠을 다시 되돌린다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자연의 빛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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