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찰나에 머물다, 미디어아트


쏟아지는 빛과 영상의 폭포에 자연의 색이 담긴다. 

관객들은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작품과 하나가 된다. 


teamLab: LIFE – 물 입자의 우주, 2017 (출처: teamlab.art)
teamLab: LIFE – 꽃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II​, 2017 (출처: teamlab.art)

teamLab: LIFE

자연이 주는 축복과 위협도,
또 문명이 가져오는 혜택과 위기도,
모든 것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 절대적인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저 순응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계나 감정은
간단히 이해되거나 정의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 놓여도
우리는 반드시 살아갈 것입니다.

생명은 아름답습니다.

teamlab.art 홈페이지 중

맞닿아, 이야기하다

미디어아트는 상호작용의 예술이다. 작가와 관객은 작품을 통해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예술에도 대화가 있다. 그래서 고민도 있다.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은 이러한 고민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우리는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그것들은 주로 심리적인 상호작용이었다.

예술가가 작품으로 자신의 의도나 감정을 전달하면 관객은 이를 감상하고 주제를 유추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은유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새로운 대화, 대중매체

시간이 흐르고 기술들의 발달로 인해 대중매체(mass media)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은 대량의 정보를 일반 대중(mass)에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일종의 매개체(media)였다. 어떤 예술가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것이 미디어아트이다.

미디어아트가 기존의 예술 형식보다 돋보이는 점은 심리적인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특정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관객과의 물질적인 상호작용도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이 물질적 상호작용은 작품의 구성요소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미디어아트는 기존 예술 형식의 은유적인 소통 방식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훌리악(huliac) – 빛의 정원,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2014 (출처: huliac.com)

비디오테이프의 기억

잠시 시간을 돌려 6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 보자. 그러면 우리는 레트로(retro) 스타일과 마주할 수 있다. 이 시대에 등장한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기술을 시각 및 오디오 매체로 사용한 예술 형식이다. 테이프 레코더와 같은 기술이 민간에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독자적인 예술분야로서 정립되었다.

비디오 아트는 영화와 연극 등의 예술 양식이 정의하는 많은 관습과 문법에 반드시 의존하지는 않는다. 일방향적인 기존 영상매체에 비해 비디오 아트는 양방향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이것은 미디어아트의 물질적, 심리적 상호작용과 같은 원리이다. 때때로 작가들은 이러한 민주적인 재료의 특성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비디오 아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과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등장하게 되었고, 비디오 아트는 미디어아트의 한 범주가 되었다. 아래의 두 사진에서 비디오 아트의 형식과 표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Video, an art form with little tradition and no ritual grounding…, is the perfect medium for conceptual artists whose work questions the nature of art itself.

전통적 관습이 거의 없고 의례적 기반이 없는…, 예술 형태인 비디오는 예술 자체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개념예술가들에게 완벽한 매개체이다. 

데이비드 로스(David Ross), 비디오 아트 큐레이터

새로운 두 작가와  미디어

오늘날 각종 IT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매개체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작가들이 이들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오늘은 두 사람을 선정하여 작가 소개와 작품 소개를 짧게나마 진행해보려 한다. 

강이윤 (YIYUN KANG)

강이윤 작가의 작품 근원은 경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오브제 제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프로젝션 매핑 설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 환경의 조성에 주목한다. 작품의 주제는 경계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근본적으로 오늘날의 이원적 사고가 효력을 잃고 있다는 작가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Between 04, 2010 (출처: mmca.go.kr )
Beyond the Scene Connect BTS, 2020 / Fake Love M/V, 2018 (출처 : medium.com)

몰입형 미디어아트 신작 ‘문’ (Gates)은 2020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서 발표되었다. 작품을 구성하는 가장 큰 상징은 바로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세계적 팬클럽인 ‘아미’다.  아미를 통해 한글이 파급되는 것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발견과 계획 및 훈련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때,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돋보인다.

작품 ‘문'(Gates)에서 실크 천이 부드럽게 물결치는 장면 (출처: chosun.com)

아키히코 타니구치 (谷口暁彦, Akihiko Taniguchi)

가상과 현실이라는 개념의 경계를 탐구하는 예술가로서,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진행한다. 영상, 네트워크,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발표한다.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에서 그는 두 작품 ‘나와 닮은 것/본다는 것에 대하여’, ‘빅 브라우저 3D’를 소개했는데 이때는 3D 게임 형식을 사용했다. 게임의 감각으로 유지되는 이 작품은 ‘나’라는 자아가 얼마나, 그리고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한다. 

나와 닮은 것/본다는 것에 대하여 (출처: sema.seoul.go.kr)
빅 브라우저 3D (출처: sema.seoul.go.kr)

이미지의 손쉬운 생산과 기록을 돕는 3D 스캐너를 매개로, 타니구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안에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탐구 주제를 심어놓는다. 관객이 타니구치의 아바타를 통제하면서 과거에 작가가 이미 본 것을 작가가 본 방식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데이터의 복제와 생성을 통해 시선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일체화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와 다른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도 있다.

관객이 작가를 움직여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okikata.org)

이처럼 미디어아트는 시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관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두려워하지 말고, 다가가 보자. 우리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작가와 소통할 수 있고,  때로는 작품의 구성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예술과 기술 그 사이에서 헤매일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언제나 바란다.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