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에서 펼쳐질 패션과 미디어의 꿈같은 대화

3D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 (출처: thefabricant.com)

What you wear is how you present yourself to the world,
especially today when human contacts are so quick.
Fashion is instant language.

당신이 입는 것은 세상에 당신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이다
특히 오늘날 사람들의 교류는 참 빠르다
패션은 즉각적인 언어이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Bianchi)

옷을 고른다는 것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비빈다. 저절로 감기는 두 눈을 억지로 떠본다. 샤워를 하고 나와 옷장 앞에서 오늘 입을 옷을 고민해본다. 이러한 아침의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일 것이다. 우리는 옷장 앞에서 고민해야만 한다. 또 누군가는 시간장소, 상황에 맞춰 복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대면해야 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도 우리는 늘 타인과 대면하고 소통한다. 그리고 함께 일하고, 때로는 함께 경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사회를 이루는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일본의 디자이너 BU가 자신의 의상을 전시해 둔 모습 (출처: atelier-bu.jp)

말없이 소통하기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지 않는다. 소리 없이 눈물로 상대방과 대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흥겨운 춤을 추며 타인과 소통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라 규정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시각적 요소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대화하는 사람의 표정과 제스처, 때로는 작은 몸짓까지 그 사람의 언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패션도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처럼, 옷을 입는 행위 그 자체로 직접적인 대화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옷을 고르는 것은 대화의 준비 과정이 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은 무관심을 의미하지만, 그 의미는 때때로 달라진다. (출처: stocksy.com)
일반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은 무관심을 의미하지만, 그 의미는 때때로 달라진다. (출처: stocksy.com)

93/7 Rule :
93%
of communication occurs through nonverbal behavior & tone;
only 7% of communication takes place through the use of words.

93/7 규칙 :
의사소통의 93% 는 비언어적 행동과 어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사소통의 7%만이 단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존 스토커(John Stoker),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패션과 미디어의 미래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패션으로 소통하게 될까? 4IR(4차 산업혁명) 기술인 로봇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이전까지 존재해왔던 인류의 문화와 맞물려 더욱 다양한 사회의 모습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XR과 3D 기술 등 이 자아낼 가상 패션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를 미리 소개하고자 한다.

더 패브리컨트 (THE FABRICANT)

디지털 패션 하우스(DIGITAL FASHION HOUSE)를 표방하는 패브리컨트는 실재하는 옷을 만들지 않는다. 그들의 의류는 오직 디지털상에서만 존재한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들의 모토는 언제까지나 디지털, 물질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ALWAYS DIGITAL, NEVER PHYSICAL)이다.

아래 사진은 3D 모델링으로 만든 가상 의상에 실제 모델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그리고 NFT(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토큰 / 대체 불가능한 토큰) 거래 방식으로 경매에 부쳐 9500달러(약 1035만 원)에 판매되었다.

더 패브리컨트 – IRIDESCENCE (광택) (출처: thefabricant.com)

가상 패션 시장은 디자이너들에게 재고 부담 없이 자신의 디자인을 시험해 볼 기회의 장이다. 또한 최근 패션계에 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한 대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옷들이 매년 유행이 바뀜에 따라 버려진다. 잠시 소유하는 것보다는, 가상으로 구매해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는 것이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워너 킥스 (Wanna Kicks), 세포라 버추얼 아티스트 (Sephora Virtual Artist)

AR기술과 위치 인식 기술을 이용해 구입할 신발을 미리 신어볼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소비자의 기대를 더 만족시키고 그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 등이 이와 같은 트라이 온(Try-on) 마케팅에 뛰어들었는데, 이에 대해선 추후 포스팅을 작성하여 더 자세히 설명해보려 한다.

워너(Wanna)사에서 제작한 워너 킥스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 (출처: techcrunch.com)

신발뿐만 아니라 화장품 혹은 안경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트라이 온 기술의 연계는 지금과 같은 언택트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화장품 편집샵 세포라는 이미 2016년부터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실시하였고, 이와 연계해 온라인에서 영상 및 채팅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세포라 비주얼 아티스트 앱을 이용한 화장 예시 이미지 (출처: vrscout.com)

제페토 (ZEPETO)

가상 패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정체성을 각각의 아바타로 표현하는 놀이터를 제공한다.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이름을 가져온 네이버제트(NAVER Z)의 서비스인 제페토는 얼굴 인식과 AR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3D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아바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가상공간 속 아바타로 타 이용자들과 다양한 게임과 액티비티 요소들을 즐길 수 있다. 소셜 활동에 적극적인 글로벌 1020 세대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아바타가 착용 가능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다.

2020년 7월에는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17명의 명화를 재현한 버츄얼 미술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언택트 시대가 시작되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등의 방문 관람이 자연스럽게 어려워지게 되었다. 제페토 앱을 활용해 보다 안전하고 색다른 감상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바타를 움직여 미술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명화 앞에서 자신이 꾸민 개성 있는 아바타의 셀프 카메라를 촬영할 수도 있다.

자신의 아바타로 박물관 체험을 하는 유저 (출처: youtu.be/I_RNjxMG6I0)

이외에도 더샌드박스(Ths sandbox) 게임과 협업하여 사용자들이 채팅으로 소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각각의 3D 가상 평행세계를 제공하고, 샌드박스는 제페토를 위한 독점적인 디자인의 게임 아이템과 장비, 아트 등을 앞서 설명했던 NFT로 발행한다.

제페토와 더샌드박스가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출처: medium.com/thesandboxkorea)

이처럼 가상현실의 미래는 패션이라는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대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미디어와 패션과 융합할 때, 우리는 더욱 즐겁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런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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