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AR 글래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이후 주춤했던 AR 글래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접촉을 권하지 않는 사회는 온라인 대면을 주목받게 했다. 그리고 온라인 대면을 도울 수 있는 XR 기술이 떠오르는 기회가 되었다. 오늘은 그중 AR 글래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HMD와 AR, VR
XR이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히 용어들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HMD(Head Mounted Display)는 그 이름대로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말하며,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에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AR과 VR을 설명해보자면 현실에 증강된 가상의 정보를 띄워주는 것이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며, 반면에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기기 너머의 디스플레이에서 마치 실제 세계처럼 가상의 현실을 비춰주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AR과 VR은 개념과 용도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기의 형태에도 차이가 있다.
사진의 형태처럼 AR 디바이스는 주로 안경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현실과 증강된 정보를 동시에 보기 위해 주로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렌즈를 사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VR 디바이스는 가상현실이라는 몰입감을 위해 시야가 제한되며, 상호작용이 필요한 콘텐츠인 경우 이를 돕는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구글 글래스와 대중화의 실패
2012년에 등장한 구글의 AR글래스인 구글 글래스는 웨어러블의 혁명을 일으킬 듯 등장했지만, 아래 서술한 단점들에 의해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잊히며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201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발표한 21세기 최악의 기술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요인을 조금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안전과 건강 문제 : 전자파가 방출되는 기기를 안경처럼 상시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 해킹과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및 불법 복제 문제가 있었고, 해킹의 가능성도 있었다.
- 심미적이지 못한 디자인 : 안경이라는 일상적 도구에 증강현실 기능을 넣었으나,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 명확한 용도와 기능이 없음 : 구글의 과장 광고와 더불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능이 딱히 없었다.
산업현장과 AR 글래스
비록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기업들은 AR 글래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래서 첨단 산업 현장의 혁신 도구로 불리며 산업용으로 재탄생 할 수 있었다. AR 글래스의 활용은 작업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며, 조립, 수리, 검증, 모니터링, 품질관리,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 작업의 효율성이 증대하게 되었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Enterprise edition)
그 이름처럼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게 된 구글 글래스 에디션이며, 초기에는 기업용으로 대량 발주 방식으로만 구매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Hololens)
현재까지 만들어진 AR 기반 디바이스 중 우리가 상상하는 증강현실이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기기이며, 가장 성능이 뛰어난 기기이다. 후속작인 홀로렌즈2는 사용성을 극대화하여 대기업 업무 현장에 특화한 제품이다. 미군의 차세대 보병 장구 중 하나인 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IVAS)의 원 모델이기도 하다.
판데믹 이후의 AR글래스
애플 (Apple)
AR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애플은 이미 아이폰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경험이 있다. 아이폰은 휴대전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손꼽히며 스마트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5년에는 독일의 AR 회사 메타이오(Metaio)를 인수했으며, 이후 자사 제품에 AR과 관련된 업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다만 애플이 AR 글래스 보다 VR 디바이스를 먼저 선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성
삼성도 XR 디바이스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사용하는 기어 VR이라는 디바이스를 발표했었지만, VR 시장 자체의 약세와 오큘러스 퀘스트와 같은 자체 디스플레이 내장형 기기가 대세가 되면서 기어 VR의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AR 글래스 홍보영상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유출되면서 AR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영상에서의 AR 디바이스는 뿔테 형태의 큰 안경알이 달린 안경으로, 갤럭시 워치를 통한 확장된 조작, 휴대용 미디어, 화상 통화, 선글라스 모드 등을 지원한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는 선글라스 업체 레이밴(Ray-Ban) 등과 함께 ‘오리온’이라는 암호명으로 AR 글래스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었고, 2020년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아리아와 아리아 글래스를 공개하였다.
저커버그는 AR 글래스가 보편화하면 재택근무가 늘 것이라 예상하였고, 도시 이주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비용의 완화 및 지역별 기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모조 비전(Mojo Vision)
스마트 글래스는 아니지만, 스마트 렌즈 사업에 먼저 뛰어든 벤처기업이며, 2024년쯤 실용화를 예상한다. 기존 안경형 스마트 글라스보다 시야가 넓으면서도 일체감 있는 화면과 데이터 등을 눈앞에서 띄워주는 것이 목표이다.
여전한 한계
그러나 이렇게 주목받는 스마트 글래스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들이 널리 보급되기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을 예상한다. 근본적으로 구글 글래스의 문제점이 해결된 것이 디자인 외에는 없고, 높은 가격을 가질 것이며 콘텐츠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흥미를 자극한다. 그리고 AR 글래스가 바꿀 사람들의 미래를 예상해봐도 좋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우리들의 삶과 세상이 얼마나 변할지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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