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XR)과 전시: 나비가 꿈꾸는 감각의 향연


My soul is painted like the wings of butterflies
Fairytales of yesterday will grow but never die
I can fly – my friends, Show must go on

나의 영혼은 나비의 날개처럼 칠해졌다네
어제의 이야기는 죽지 않고 계속 자라겠지
난 날 수 있어, 친구들이여,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Queen – The Show Must Go On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파도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만남이 자제되었고, 이는 각종 문화산업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물론 전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다수의 미술관들과 박물관들의 각종 전시들이 연기되거나, 혹은 축소되었다. 그래서 전시 기획자들은 온라인 전시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5G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인터넷 환경이 급속히 발전하였고, 기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발전으로 인해 더욱 다양한 방법의 온라인 전시가 가능해졌고, 이미 세계적인 규모의 전시회들이 온라인에서 그들의 작품을 개성 있게 선보이고 있다.

먼저 온라인 전시가 가진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예술가와 관객이 물리적,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고 전시 및 감상이 가능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문제없이 전시가 가능하는 점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화상 플랫폼 제공 업체들이 급성장하듯 온라인 전시회 역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화의 부재, 혹은 부족

물론 온라인 전시에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전시의 가장 큰 단점은 관객과 작품의 물리적 거리감, 즉 현장감이다. 온라인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은 자신의 두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매개를 통해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또한 시각만이 현장감의 전부는 아니다. 전시관의 분위기, 조명, 그리고 함께 관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마저도, 이 모든 것들이 개개인의 감상에 영향을 준다. 현장감과 관련된 몇 가지의 예시를 살펴보자.

  • 대면을 통한 작가와의 인터뷰가 어려움: 관객과 작가와의 소통의 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과 작가가 실제로 마주하여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으며,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로 전하는 작품의 의도나 관객의 의문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전시에도 작가와의 만남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소통은 어떠한 방향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출처: tang.skidmore.edu)
  • 전시를 통한 작가 간의 교류: 꼭 작가와 관객만의 소통이 아닌, 작가와 작가 간의 교류 또한 단절될 수밖에 없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을 설치하고 현장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작가와 마주칠 기회가 오프라인 전시보다 훨씬 적다. 그들의 교류는 어떤 때는 관객으로서, 어떤 경우에는 동료 작가로서 함께 대화하며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서로에게 제공할 수 있다.
  • 도슨트 등 전문 안내인의 부재: 때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영원으로 떠난 이전 세대의 예술가들이나, 그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는 고대의 유물들을 감상할때는 해설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설은 작품 감상에 도움을 줄뿐더러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몰입감

그렇다면 XR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전시를 보완해보면 어떨까? 실감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XR 디바이스들은 온라인 전시에서도 관객에게 더 깊고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컨트롤러의 다각화로 다양한 경험 제공 : 초기 XR 기술과 시장은 시각화를 중심으로 성장하였지만, 현재는 시각화와 동시에 청각, 진동, 온도 등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욱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의 왼쪽은 콘텐츠에 맞춰 진동 피드백을 주는 택트슈트(TACTSUIT)이며, 오른쪽 사진은 온도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써모리얼(Themoreal) 기술의 시연 사진이다.
  • 제한 없는 접근성 제공 : 앞서 요약한 온라인 전시의 장점과 같이 최소한의 요구사항만 갖춘다면 (XR 디바이스, 신체를 움직일 적당한 공간)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 물리적, 지리적 제약이 거의 없다. 따라서 관람객이 원하는 시각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의 제작도 가능해진다.
고상우, 김창겸, 러스 로넷(Russ Ronat) –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2019) (출처: savinamuseum.com)
  • 가상무대와 아바타를 이용한 상호작용 구현 : 초기 XR 기술과 시장은 시각화를 중심으로 성장하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각화를 벗어나 신체의 움직임 감지, 청각, 진동, 온도 등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욱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제페토(ZEPETO)와 아래 사진의 매직 리프(Magic Leaf)사의 소셜(social) 오큘러스(Occulus VR)사의 스페이셜(spatial)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다.
https://youtu.be/n7gRdlnwfq0

가정에서 펼쳐지는 XR 전시

그래서 위와 같은 장점을 가진 XR 기술들을 활용해 기존의 온라인 전시보다 더욱 다양한 작품들과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다양한 전시마다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어 관객들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야누스 (Janus VR)

단순히 VR 공간 속에서 구현된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VR 환경 그 자체를 전시관으로 이용한 작품이다. 두 얼굴의 야누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 마주할 때 시간이 우리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한다.

뮤지움 오브 아더 리얼리티즈 (Museum of Other Realities, MOR)

야누스와 마찬가지로 VR 공간을 적재적소에 이용하여 제작한 가상 전시관이다.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그 이름처럼 각자가 가진 다른 현실들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유통망인 스팀(STEAM)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어반 로드 (Urban Road)


인하빗(INHAABIT)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이다. AR을 이용하여 자신의 집에 맞는 그림을 미리 전시해보고, 구입까지 할 수 있는 일종의 전시관이자, 카탈로그이다. 그림을 구입하기 전 개인의 공간에서 예술작품을 시각화하여 고객 혹은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그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진 여러 작품들이 있고,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전시를 관람할 때는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의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정말로 호접지몽(胡蝶之夢)에 가까운 확장 현실 전시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도, 나비가 꿈속에서 우리가 되어도, 언제나 관람 그 자체의 의미를 나비의 날갯짓처럼,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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