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콘서트
2010년대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트래비스 스캇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이다. 그가 포트나이트와 협업해 게임 내에서 개최한 가상 라이브 콘서트 ‘Astronomical’ (2020) 은 크게 성공했고, 그의 수익은 관련 굿즈 및 게임 내 아이템 판매 금액을 포함해 약 2,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내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특수효과와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거대화된 아바타로 나타나는 스캇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상 화면 속 홀로그램으로 백댄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네온 효과와 빛나는 사람들의 모습, 해저에서 들을 수 있는 스캇의 음악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사용자들은 이에 반응하여 점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며 더 넓고 깊은 공간을 가지게 되며,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XR 기술이 필요해질 것이다.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되던 XR 기술들이 점차 실생활에 널리 적용되고 있고, 통신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전 세계 XR 시장규모를 2025년에는 2,800억 달러(약 316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와 XR 시장이 커질수록,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메타버스 (Metaverse)
잠시 시선을 돌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곳을 찾아가 보자.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대략 20년 전의 소설이 현재의 XR 기술을 유사하게 묘사하는 것이 놀랍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래는 소설 내에서 등장하는 메타버스의 묘사이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 줌으로써, 3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 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3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 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삼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이처럼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장치는 오늘날의 XR 디바이스의 기능과 유사하다. 소설 속에서의 메타버스는 실존하지 않는 그래픽의 세계이기에 물리 법칙의 한계가 없는 반면에, 메타버스 속에서의 경제적 · 사회적 활동은 현실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가상 · 초월(Meta)과 세계 ·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의미하게 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 ·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폭넓게 사용되다 보니 이를 정의하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워낙 넓은 범위이기도 하며, 정의를 내리는 사람, 혹은 기관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메타버스를 ‘가상적으로 향상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적인 가상공간의 융합’이라고 정의하는,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의 분류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 메타버스를 설명해보기로 한다.
네 가지 유형의 메타버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즉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에 2D 혹은 3D로 만든 가상의 인터페이스를 겹쳐 증강된 정보를 제공하며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사람들에게 적은 거부감을 주면서도, 더욱더 높은 몰입감을 유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주요한 디바이스는 스마트폰과 스마트 글래스가 있다.
가상세계(Virtual Worlds)
가상 세계는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현실 세계의 경제적 · 사회적 활동과 유사한 활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메타버스로서, 온라인 RPG 게임에서부터 3차원 컴퓨터 그래픽 환경에서 구현되는 모든 커뮤니티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패션과 XR에 대해 작성했던 지난 글에서 설명한 전례가 있는 제페토와 더 샌드박스, 그리고 예시로 삼은 게임 속 콘서트 장소인 포트나이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라이프로깅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이용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순간을 텍스트, 영상, 사운드 등으로 남길 수 있고 이를 클라우드나 서버에 저장하여 정리할 수 있다.
혹은 센서가 부착된 스포츠웨어를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사용함으로써 달린 거리, 소비 칼로리 등의 정보를 볼 수 있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라이프로깅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거울세계(Mirror Worlds)
거울 세계는 실제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반영한 정보상으로 확장된 가상 세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어스(Google Earth)를 들 수 있으며, 구글어스는 일정 주기로 사진을 업데이트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상세계를 열람함으로써 현실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조금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계속될수록 거울 세계는 현실 세계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며, 이것은 가상현실의 몰입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워진 거울 세계를 다른 메타버스에 적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미래 기술 이면의 그림자, 메타버스의 문제점
물론 메타버스에도 문제점이 다수 존재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불법적인 행위(도박, 사기 등)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것은 가상의 공간이기에 현실세계의 법질서를 적용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 먼저 전통적인 물리적 장소 개념이 적용되지 않으며,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범죄가 발생할 때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때로는 현실과 사회 · 경제적 활동 양상이 닮아있는 메타버스의 경우 가상세계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달리 일상생활로 인식되어 중독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가상세계의 지나친 몰입은 현실을 파괴하고 개인이 가진 정체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맺는말
스캇의 말처럼, 우리는 어디서나 공연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기술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된 문제점들도 우리는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세상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를 기대하면서도,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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